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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
ART / 강필석, 박건형, 박정복 / 백암아트센터 / 20.04.24 / B열 중블
나는 오늘 아트를 봤다. 이유는 터무니 없다. 강필석이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너를 위한 글자'에서 반해서 '키다리 아저씨'를 봤고, 노래도 노랜데 목소리도 끝내주게 좋더라.
그래서 이번엔 연극 'ART'를 봤다.
스포를 싫어하기도 하고, 배우를 중심으로 보는 거라 내용이 뭐든 상관없기도 하고.
그래서 아무것도 모르고 가서, 시작하기 5분전에 '그 판때기를 3억 주고 샀다고?' 하는 문구를 봤다.
사전지식은 전무. 과연 어떤 내용인가.
나름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을 지키긴 했지만 뭐…. 누가 뭐라고 하면 할 말은 없다.
(대학로 연극을 제외하자면) 이제까지 본 연극은 세 개다.
킬미나우, 엘리펀트 송, ART.
연극은 나랑 잘 안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면서 꼬박꼬박 돈내고 보는 것도 미스테리지만.
당장 이 대사가 재밌다는 건 알겠는데, 왜 여기서 웃어야 하지? 하는... (웃긴한다. 이해 안되도 리액션은 꼬박꼬박 하고 온다.)
잘 설명이 안되네. 그러니까, 보는 대부분의 시간을 '그래서 이 연극이 궁극적으로 말하고자 하는 바가 뭔가?' 하고... 장면에 집중하기 보다는, 그러니까, 추리소설에서 범인을 맞추는 것처럼 보게 된다고 해야하나. 아닌 것 같은데. 쓰읍. 나중에 연극 보게 되면 다시 말해보겠다.
킬미나우는 말하고자 하는 바가 확실해서 처음부터 장애, 인권, 사랑 이쪽에 초점 맞춰 봤고...
엘송은 아 뭔데 왜 쟤가 천잰데 아 뭔 소리를 하는거야 엥 하다가 어...? 앤소니가 사랑한데ㅠ 슬프긴한데 거참 어 난 이것보다는 뭔가 있을 줄 알았는데...
아트는 친구 우정 사상... 어... 그림.... 어.... 어어? 아 미친 그래 둘이 그런 관계였구나ㅠ 으응 하는 그런...
(내가 책을 조금 읽어서 그런 걸수도 있는데, 외국 소설은 왠지 약간 친구들끼리 사상? 다툼이 많더라. 도리안그레이의 초상이나 약간 그런 느낌?)
가로 150, 세로 120의 흰색 그림을 3억 주고 사온 세르주.
그런 세르주가 마음에 안들어 울분이 터지는, 저런 그림을 3억 주고 샀다는 것을 용서할 수 없는 마크.
둘이 싸우지 않았으면 좋겠어서 중재를 하는, 자기 주관이 없는 이반.
기본적으로 이 셋이 환장하는 이야기다.
세르주는 왜 마크가 자길 무시하는지, 은근한 멸시와 비웃음을 참을 수 없다.
마크는 세르주가 왜 갑자기 모던, 동시대인들, 해체주의에 미쳤는지 이해할 수 없고.
이반은 둘 사이에서 새우등 터진다. 결혼 문제도 만만찮게 머리아프고.
중간중간 조명과 함께 방백의 시간이 잦은데 그게 또 웃음 포인트다. 서로를 향해 하하, 내가 너한테 화났다고? 아냐? 하다가 조명이 바뀌며 그래!!!!! 화났다!!!!! 니가 어 그런 식으로 구니까 짜증이 나는거 아니야!!!!! 하고 고래고래 소리지르며 삿대질하고.
보는 내내 나는 아 뭔데 그래서 세르주가 사기를 당한거야? 앙뚜아르(? 화가이름. 잘 기억이 안난다.) 그림이면 그만한 가치가 있는게 맞는데 마크가 뭘 모르는거야? < 하는 답답한 기분이 들었다. 저거 나중에 삼억 오천에 팔린다며 그건 맞나, 하는 연극이 말하고자 하는 바와는 전혀 다른 부분이 궁금했고.
또 서로 왜? 왜 저렇게?! 아니 대체 왜.... 하고 답답해 하고 있었는데 거의 후반부에 나왔던 마크와 세르주의 말싸움에서 아 미친 그랬구나 아 (험한말) 그래서 둘이 그런 거였어 이해 120% 가능하고 거의 마음으로 울었다...
마크를 특별하게 봄으로써, 그를 특별하게 만들어줬던 세르주... 근데 이제 다른 취미가 생기고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면서 더이상 마크를 특별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래서 마크는 그 사실이 속상해서, 삼억짜리 그림이 화가 났던거다. 그림은 일종의 도화선에 불과했다. 언제건 터졌어야하는 일. 혹시 세르주 아내랑 이혼한거 이거랑 관련있나요ㅠ
아 이름이 생각 안나네... 어쨌든 마크 아내... 내 아내가 네 자릴 뺏진 않았잖아! 하니까 세르주가 어이없어 하면서 그럼 그림은 네 자릴 빼앗았어? 하니까 바로 그래! 나온다. 데미안처럼 학창시절의 우상같은 존재였구나... 어떤 느낌인지 너무 잘 알겠더라. (아 근데 박건형님 너무 방탄소년단 리더 닮았다... 보면서 누구지 누구지 했는데 동생 방 포스터에서 보던 사람이더라;)
25년이라 우정이라 했으니 아마 학창시절부터 붙어다녔을 것이고ㅠ 마크가 하는 모든 일을 특별하고 대단하게 -세르주는 의도하지도 일부러 한 것도 아니겠지만 실제로 그랬을 것이고, 마크는 그것을 눈치챘을 것이다. 우쭐했고, 기분 좋고, 자신이 대단해보이고, 그랬겠지...- 봐준 유일한 사람인 세르주를 빼앗겼다. 모더니즘이니, 하는 사상에. 아 미쳤다 이거에요... 청게물 한편 뚝딱ㅠ...
팬레터 김해진쌤이었던 김재범이 마크로 나온데서, 김재범 강필석 페어로 한 번 더 볼까 싶기도 하고.
그립톡 갖고 싶기도 했고, 분홍색에 흰색 글씨로 IT'S NOT white! 적혀있는 게 지금 폰케이스랑 잘 어울리기도 해서 하나 샀다. 그냥 한 손으로 툭툭 볼 때는 편한데 타이핑 할 때는 조금 불편한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