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렁스
렁스, 20.6.2, 대학로 아트원 씨어터 2관, 1층 B열 왼블, 김동완 곽선영.
이름 없는 남자와 여자의 이야기.
홍보 포스터나 팜플렛만 본다면 영락없는 자연, 환경, 철학에 관한 이야기인 것 같지만
실상 까놓고 보니 사랑 이야기다.
만나서 연애하다, 아이를 갖고, 유산하고, 헤어지고, 다시 만났다가, 헤어졌나 싶다가, 다시 만나서 오래오래 살다, 죽는 내용.
너무 현실적이라 내가 김동완이랑 사귀다 헤어진 기분이 들더라.
김동완이 소극장에서 연극을 한다길래 다소 무리해서 보고 온 것이 맞긴하다.
진짜진짜 좋아했는데... 그래도 지금도 행복하게 잘 살길 바란다. 어디서나, 누구와 함께 있든.
그래도 결혼 소식 뜨면 멘탈이 털리긴 할 것 같다. 전진도 곧 결혼하는데.
환경은 이용당했다. 겉치레다.
우린 좋은 사람들일까? 이런 질문들이 우릴 좋은 사람으로 만들어줄거야, 라니.
연극을 본 직후에 보낸 카톡들을 인용해보겠다.
-돈내고 100분동안 실연당했어. 나 김동완 사랑하고 있었나봐.
-다 보고 나니 멍하고 여운남고 힘들고 그냥 집에 가고 싶더라.
-그 사람의 밑바닥까지 다 보며 실연당한 기분. 지치고 힘들어.
-되게... 사람을 너덜너덜하게 만들어 멍하다...
-김동완이랑 연애하고 사귀고 임신하고 유산하고 헤어지고 다시 몇 번 만나다 잤는데 김동완은 그새 약혼한 상태고 근데 나는 다시 임신을 했고 결국 김동완이 약혼녀한테 얻어맞고 헤어지고 나한테 와서 애 키우고 살다 결혼하고 그렇게 늙어가다 김동완이 먼저 수술하다가 죽인 그런... 기분이야.
-김동완 키도 작지만 욜라 얄쌍하더라 나보다 다리 더 얇은 듯ㅠ 다이어트 의욕 받구 옴ㅋㅋㅋㅠㅠ
그랬던 연극이다.
소극장이라 다른 소품 아무 것도 없이, 둘이 소리 지르면서 춤을 추면 클럽이 되고 드러누우면 안방이 된다.
그런 연출도 좋더라.
신발 하나씩 늘어나는 것도 무슨 뜻이 있을 것 같은데 굳이 찾아보긴 힘들다.
감정소모가 왠지 모르겠지만 심했던 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