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키다리 아저씨 (19.12.14)
뮤지컬 키다리 아저씨. 19.12.14. 대학로 드림아트센터. 5시.
강필석, 유주혜.
2인극은 처음이었다. (2인극인줄도 모르고 봤다.)
몇달전 봤던 '너를 위한 글자'에서의 강필석에 빠져, 시험기간인데도 다소 무리해서 봤다.
2층으로 나눠진 무대, 1층은 제루샤 에봇(유주혜)의 고아원이자, 대학교이자, 농장(?)이자.. 어쨌든 제루샤의 공간이었고, 2층은 제르비스의 서재였다.
상자 두 개를 이어붙여 침대를 만들고, 상자를 쌓아 산을 만들고, 상자에서 꺼내 무대 위에서 옷을 갈아입고.... 소꿉장난같고 우스울 수 있겠지만, 신선하고 재미있었다. 대극장에서는 볼 수 없는 단촐함(?)과 새로움.
강필석 배우님이야 워낙에 믿고 보는 배우님이다. (겨우 두번째 무대이긴 하지만 말이다.)
질투하고 고민하고 내적갈등하는 모습을 너무 잘 보여주셨어..
목소리 자체가 워낙 좋고 섹시해서 편지를 읽는데 너무.. 설렜다.. 노래로 넘어가는게 아까울 정도. (물론 노래도 엄청 잘하시지만!) 키다리아저씨 오디오북 녹음해주세요, 배우님..
유주혜 배우님은 처음 보는데도 되게 발랄하고 상큼하고 귀엽게, 그러니까 제루샤 에봇을 되게 잘 해석했다고 보인다. 끝에가서 한 번 노래를 더듬긴했지만, 그래도 인간적이었다. 능청스러운 연기가 일품이었다. 2인극이니만큼 고아원의 꼬맹이나, 원장님이나, 다른 사람들을 소화해내야하는데, 어색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잘 넘어갔다. 처음에 무대가 한정되어있다는걸 분명 알면서도, 저너머를 보는 제루샤의 눈빛에 나도 두어번 시선을 돌렸더랬지. (당연하게도 아무것도 없었다.)
기억에 나는 장면들을 꼽아볼까.
제루샤가 (난 주디가 더 익숙하지만) 아파서 누워있을 때, 뾰족한 편지를 보내고, 제르비스가 다급하게 꽃을 보낸 적이 있다. (비서라면서 타자기를 다급하게 쳐대는 장면이 몇 있는데 진짜 너무 귀엽다.. 사실 78년생 아니죠 강필석님ㅠㅠ) 제루샤가 상자를 이어붙인 침대에서 누워있다가 꽃을 어떻게 받나 했더니, 이불 속에서 놀란척 꽃을 쨘! 꺼내는데.. 진짜 너무 능청스럽게 잘 하셨다.
기억에 남는 (그러니까, 이틀이 지난 오늘 머릿속에서 자동으로 흥얼거려지는) 넘버는 없지만, '보여줄게 나의 맨하탄' 부분이 들으면서도 좋다고 생각했다.
지미 (친구 샐리의 오빠)를 질투하는 장면 너무 귀여웠다. 씩씩거리면서 결국 농장에서 여름을 보낸 제루샤.. 제르비스가 상냥하게 말만 했어도 갈거였다는 부분에서 머리를 싸매고 반성하는 장면도 귀여웠고. (그건 4학년 여름방학이었던가?) 그 다음에는 편지가 너무 늦게 왔다며 결국 하고 싶던 가정교사를 하는데, 그냥 그때도 샐리네 집 가버리지! 하는 마음이 들었다.
자기 기분에 따라 키다리 아저씨 / 미스터 스미스 / 뭐 이렇게 호칭 변하는 것도 귀여웠고.. 제루샤 능청 진짜ㅋㅋㅋ 기하학을 못하는.. 우리 귀여운 제루샤.. 하지만 나중에는 랩도하고(!) 최우수 졸업생이 된다 그니까 처음에 하고 싶던 거 결국 다 지킨 셈..
또 보러 가고 싶다 이번에는 강지혜님걸로! 원래 필석지혜 페어로 보려다 시간이 도저히 안나서ㅠㅠ
b열 조금 중블 중 조금 오블에서 봤는데, 제르비스가 두 번 가린 것 말고는 좋았다. 역시 앞앞익선.. 전반적인 무대보다 배우님들께 집중하게 되긴 하지만.
원작 다시 읽고싶어졌다.
원작에 비해 뮤지컬에는 제르비스의 비중이 많아서 좋았고! 편지 같이 주고 받으며 읽는 넘버들 다 좋았다.
여성의 참정권이라던가, 그런 권리에 대해 말하는 부분도 꽤나 많았던 것 같다.
다음부터는 기억이 휘발되기 전에, 보고 바로 써야지.
이거 보고 바로 영화 나이브스 아웃 봤는데, 그래도 좋았다. 다음에는 뮤지컬 종일반도 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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