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팬레터 (두번째) (19.12.29)
19.12.29. 6시 공연, 두산 아트센터, 3열 중블
김재범, 문성일, 김히어라 / 김지휘, 양승리, 이승현, 안창용
생애 첫 자둘. (뮤덕 용어로, 두번째로 보러 가는 것을 뜻한다. 자첫, 자둘, 자셋... 자막까지.)
목요일에 보고, 유튜브로 올라온 노래를 계속 듣다, 아, 이건 꼭 봐야겠어, 하고 급하게 트위터에서 양도표를 구했다.
(그러니까 제발 될 수 있는한 많은 넘버를 풀어주세요... 솔직히 그거 듣고 공연 안 볼 사람이면 원래 안 볼 사람입니다.
그냥 저같이 무해한 머글을 넘버 뺑이 치다 뮤덕되게 만드는게 빠르지 않겠습니까... 영상까진 바라지도 않을테니 넘버만이라도 풀어주세요 제발....)
일정상 다소 무리가 갔지만, 반한게 죄지 어쩌겠어. 강행했다.
기억은 휘발되는 종류의 것이라. (어디서 들은 말 같기도 하고?) 집 와서 급하게 이것부터 남긴다.
차이점을 주로 이야기하고자 한다. 목요일에 볼때와, 세훈(문성일 배우)/환태(안창용) 빼고는 모든 역이 달랐다.
정말 개인적인 감상이라는 걸 다시 한 번 못박아 두고.
우선 히카루! 저번에는 쏘카루(소정화 배우의 히카루)는 정말 매혹적이었다. 성적인 측면이 아니라, 연기와 노래 자체가 섹시하고, 치명적이고.
히어카루 (김히어라 배우의 히카루)는 악령같은 느낌이었다. 뭐라 표현을 할 지, 이게 무슨 느낌인지, 공연을 보면서도 고민했다. 다들 공연을 보며 마음 속으로 리뷰 한 두번은 적지 않나. 악령도 완벽히 적절한 표현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넘버를 들으면서 감상을 쓰면 잘 써질 것 같아, 오늘 꽂힌 넘버인 이윤 생의반려를 틀었다, 도저히 글에 집중할 수 없어 결국 껐다.) 우선 목소리, 노래의 강, 약이 확실하다. 힘을 줘야할 부분과 아닌 부분의 대비가 크고, 바이브레이션도 거의 성악조로 크게 울렸다.
하지만 개인적인 취향은 쏘카루... 그 매혹적인게 최고였다.. 진짜 홀려들어갈 것 같았음. 약간 소름끼칠정도로 소화 너무너무 잘해내셨다.
그 다음엔 이윤! 저번(박정표 배우)에는 더 날카롭고 지적인 느낌이었다면, 이번(김지휘 배우)에는 많이 둥글어졌다. >친한친구< 라는 게 더 티가 났다. 둘 다 폐병 환자라 기침을 같이 하는 씬이 두어차례 있었는데, 이번에는 사레에 걸렸다 기침이다 (감기다 였나?) 이걸 애드립으로 한 것 같았다..ㅠ (왜 애드립 같았냐면 저번에는 없었기 때문) 저번에 처음으로 보면서도 예민미 가득한 박정표 배우님이 너무 좋아서 다음에도 이 분으로 봐야지!! 했는데 보니까 김지휘 배우님도 좋은 것 같다.. 조금 더 다정한 천재야.. 제일 처음에 구치소에서 세훈에게 편지를 줄듯 안줄듯 할 때, 저번에는 대놓고 약올리듯 줬다 뺐었다면, 이번에는 뒤에 뭐 있는 것 처럼 자꾸 돌아보고ㅋㅋㅋㅋ 이 맛에 회전을 도나보다.. 늘 즉석에서 달라지는 이 짜릿함.. 생각난 거 몇 개 더 적어볼까. 마지막 이윤이 퇴장할 때, 저번에는 손 흔들며 퇴장했자면, 이번에는 '나가서 맛있는 거 먹자.'고 대사를 쳤었음..ㅠㅠ 그리고 으뜸/버금할 때 저번에는 '자네가 으뜸가는 작가야.' '에이, 사람도. ...으뜸?' '내가 버금이고!' '하하!' 뭐 이런 느낌이었다면 이번에는 '자넨 으뜸일세' '으뜸이다!' '난 버금!' '하하!' 뭐 이런 식으로 진행 됐었다..
세훈 역의 문성일 배우분은 똑같았어 가지고... 이번에는 초반에 대사 한 번 절었다? 뭐라고 해야하지.. 더듬었다? 해, 해야지. < 뭐 이런 느낌으로 있었다. 그정도야 괜찮. 이윤 역의 배우가 아버지 역을 하면서 책 집어 던질 때 '그렇다고 책을 왜 던져?' 하는거 진짜 녹음해놨다가 그대로 하는 줄ㅋㅋㅋㅋ 목소리 톤이 아예 똑같았다.. 씬기.. 아ㅋㅋㅋ 그리고 세훈 해진(김재범 배우) 할 때 조금씩 다른 부분이 있었다. 처음에 편지 전해줄 때 '어디 가세요?' '우체국' 이러고 말아야 하는데 이번에 문성일 배우가 똑같은 걸 두 번 물어봐서ㅋㅋㅋ 나같이 두 번 이상 본 사람들은 다 웃었다.. '우체국!' 이라고 다시 똑디 알려주는 김재범 배우님.. 진달래꽃 찾으러 2층 갈 때 중간에 멈칫했나 그래서 문성일 배우가 물어보니까 '아니, 앞에 뭐가 있어서...' 하는데 너무 진심 애드립이라 다들 또 웃고ㅋㅋㅋ
김해진! 저번에 김종구 배우님은 조금 더 단정하고 단아한 느낌이었다. 으응.. 아니.. :) 괜찮단다, 얘야. 뭐 이런 느낌.
그런데 이번에 김재범 배우님은ㅋㅋㅋㅋ 약간 당황스러울 정도로 사랑의 열병에 빠진 사춘기 소년 느낌이 강했다.. 배우들마다 캐해석이 다른게 또 뮤지컬을 보는 재미긴 하지만, 나한텐 조금 어..? 싶었다. 역시 처음 보는게 쐐기에 박히는 것 같기도 하고, 근데 그것보다도.. 처음에 러브레터야! 할 때 진짜 완전 설레가지고 아 어떡하지.. 하는게.. 약간ㅠ 반 여자애랑 친절하게 대화 조금 했다고 나 걔랑 사귐!!! 하는 중딩 남자애 보는.. 그런 기분.. 물론 팬레터 자체가 김해진의 사랑에 의해 끌고가는 극이긴 하지만, 너무.. 반짝반짝하게.. 완전 설레해서.. 그래서 내 안에 해진쌤과 약간 충동.. 해진 선생님은.. 평소에는 단정하고 단아하고 누구보다 선생님이고 그런데 히카루에 관해서만 날카롭게 반응하고 덮어놓고 믿는.. 그런 느낌이라.. ㅠㅠ이규형의 팬이라거나 좋아하거나 하지도 않는데 이규형의 김해진이 궁금하다. 1월 1일 막공.. 표 구할 수 있을까.. 아마 안되겠지.. 2층이라도 가고 싶다..
중간에.. 생의 반려 나왔을 때 약간.. 한 오초정도 졸았다.. 하지만 이윤의 그 넘버는 너무 좋음ㅜㅜ 난 이 이야기를 알아.. 하는.. 그 묘한 리듬.. 앞자리 중블에서 봤더니 사소한 디테일들도 잘 보여서 좋았다.. 근데 다시 생각해도.. 어 뭐냐 그 섬세한 팬레터 나오기 전에.. 그러니까 2막 막 시작하고! 불 태우고! 이윤이 세훈이 의심하고! 세훈이 뛰쳐나가고! 한 다음에 대화 나눌 때 이태준 학예부장도 나도 의심을 안 해본 건 아냐. 뭐 이런 식으로 말을 했었잖아. 그러면 세훈=히카루인걸 7인회 전부가 알고.. 그러고도 들어간건가? ㅜ
어쨌든 진짜 너무 좋았다.. 나는 영화 보면서도, 책보면서도, 웹툰 보면서도, 하다못해 인터넷 글 읽으면서도 우는 사람인데 이상하게 뮤지컬 볼 때는 못울겠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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