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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니싱 (02.02)
배니싱 후기 2.2 이주광 에녹 배나라
그러니까, 나에게 있어 후기는 그런 거다. 두 시간에 오만원이 넘는 고오급 취미를 보고 왔을 때, 최소한의 양심으로 남겨둬야 하는 것. 남는 게 아무 것도 없으면 조금... 눈물이 나니까... 이럴 때도 극한의 가성비를 챙기는 한국인의 본능이랄까, 뭐 그런 거.
일단 관련 커뮤니티는 안 하는 게 정답인 듯... 자꾸 눈에 보이고 이러니까 나도 모르게 어어? 하고... 홀린 듯이 이것저것 정보를 얻고... 언감생심 모르면 시작도 안 했을 것들에 손이 간다. 그러니까 배니싱은, 하도 말은 덕극이길래 어 저게 뭐야 뭔데 (티켓팅 참전) 이래서 가게 됐다.
뱀파이어? 비과학적? 오글거려? 다 알고 갔다. 그리고 심지어 배나라 배우도 알았다! 댕냥시 (개와 고양이의 시간) 중계를 봤었는데, 거기서 고훈정 (훈킬ㅠ...) 배우와 함께 나왔었기 때문. 연기도 괜찮고 노래도 잘 부르길래 (거기 잘 있는거죠... 여긴 비가 내려요...) 눈여겨 봤었다. 그래서 여기서 만나서 너무 반가웠다! 비스티처럼 서사가 없는 걸까봐 걱정했는데 그건 아니었다. 내 기준이 조금 이상하긴 한데, 등장인물의 행동이 이해가 가나? < 이거다. 아니 대체 개연성 어디감 얘네 왜 이러는데?? 하고 물음표 백만개 뜨면 그 극은 완전 불호 뜨고 망한 거고... 아무리 상식선에서 이상한 행동을 해도 얘네 과거 서사나 연기 가사로 납득을 시켰으면 그건 서사 있는 거고... 그러니까 내 기준에서 배니싱은 서사가 있는 거다 왜냐면 내가 납득이 갔으니까! (물론 결말에 물음표 백만개 뜨고 개빡치긴 했는데 누가 설명해줘서 진정함...)
시작은 나라명렬이 폐가에서 수첩을 몰래 읽으면서 시작한다. 연구 일지 같은 거. 대상자 케이, 의사 의신, 이렇게. ㅋㅋㅋ블메포 때도 똑같은 포인트에서 감동했었는데 하나하나 때려박는 딕션이라 너무 감동했다... 아무래도 팬레터 때 첫곡 이해 하나도 안 돼서 너무 슬펐음ㅋㅋㅋㅠㅠ 나는 지나치고 그는 마주쳤어 < 하면서 본격적인 과거 회상이 시작된다. 시간선 어렵게 하면 이해도 못하는 주제에 (그 왜 해바라기 나오는 일본영화. 지금 만나러 갑니다. 어렸을 때 처음보고 시간선 이해 못해서 수직선에 막 그리고 그랬음ㅋㅋㅋ) 첫 시작은 현재이고 과거를 회상하면서 이야기가 진행되는 거 너무 사랑한다...
그리고 암전, 인데 좀 실루엣은 다 보이는 암전? 이더라. 열심히 끙차끙차 둘이서 옮기는 게 너무 눈에 보였다ㅋㅋㅋ 그렇게 폐가는 순식간에 경성에 있는 의대, 그것도 의신의 기숙사가 된다. 의신이랑 명렬이랑 이런 관계성에 나 약하더라...? 너무 좋더라...? 오진 또라이... 성격은 쾌활하고 좋은데 의학만 관련됐다치면 눈돌아가는 또라이 천재... 그래서 학교에 떠도는 소문 이런 거 전해줄 사람이 명렬이 밖에 없는 거... 명렬이는 의신이를 인간적으로 좋아하고 호감갖고 좋은 형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천재에 대한 질투와 열등감이 베이스에 깔려있는 거 너무 짜릿하다... ‘엿보면서 감탄하는 밤들만이 나에게 주어진 전부일까’ ‘내게 주어지지 않았던 단 하나 / 사람들이 말하는 천재적인 재능 / 난 가질 수 없을까’ 명렬이가 아빠가 높은 친일파고 학교에 꽂아줬고 언제나 명렬이는 아버지에 대한 부담감 두려움을 느끼면서 인정받고 싶어한다는 것도 몇 줄 안되는 대사지만 그걸 줬기 때문에 나중에 변절하는 것에 대해서도 이유가 생기고 서사가 됨ㅠㅠ 둘 관계 너무 좋았다. 이단아 또라이 싸이코 의신이ㅠㅠ 어이구 그랬어요 의사 됐어요~? ㅠㅠ
그리고 와 배나라 에녹 너무... 너무 좋더라... 목소리 시원시원하게 뻗어나가고... 에녹 오진 또라이 오진 성량ㅠ 배나라 애배 믿배... 너무 좋다... 노래 듣는데 홀림... 명렬이가 의신이한테 기숙사에서 뻗댈 때 안 맞는 사람도 있을 수 있는데 나랑은 너무 잘맞았음ㅋㅋㅋ 그래 대학생이면 한창 어릴 때지ㅠ 저렇게 형한테 기대고 칭얼거리고 그럴 때지ㅠㅠ 침대에서 한창 발버둥치고 뒹굴거리고... 형 엉덩이 때리고... 폐가에서 본 피의 귀신 흉내내고 그럴 때지ㅋㅋㅋ (아 에녹배우 왜 이렇게 익숙한가 했더니 ‘너를 위한 글자’ ost에서 많이 듣던 배우더라ㅋㅋㅋ) 어쨌든 연기결도 잘맞고 귀여웠음... 나의 랩터는 어디로ㅠ 어디에도 없었지만ㅠ 흑흑 댕냥시 오슷 내줘요...
그리고 미안하지만 이주광케이 너무 불호... 떴다... 배역 자체가 그런 거 같기도 해서 보는 내내 어떻게든 화해하려고 꾸역꾸역 애썼는데 결국 실패ㅠ 무슨 야생동물인척... 치명적인 척... 뭐만하면 하울링하고 목소리 깔고... 처음에는 아 배역 때문에 목소리 긁느라 힘들겠다; 했었는데 갈수록... 미안한데 연기도 노래도 나랑 안 맞았다... 특히 고음 올라갈 때 내가 들어도 이건 아닌데ㅠ 하고 너무... 괴로웠다... 특히 여름 어쩌고 하면서 노래 부르는데 아 이건 좀 아닌데... 싶었다... 노래는 ㄹㅇ 홍익이라 플로렌스가 삑사리 내는 수준 아니면 다 괜찮넿ㅎㅎㅎ 하고 듣는데... 의신이가 쓴 연구서 읽는데 느릿느릿 무슨 제사 축문 읽는 것도 아니고... 개그포인트도 아니고 진짜 너무 괴로웠다... 노래에서 또 저음은 그나마 괜찮았다. 좋을 때도 있었고. 그래 저음에서라도 화해하자! 이러고 있었는데 의신이랑 같이 노래 부르는데 어 나만? 나만 의신이가 다 잡아먹어? 어? 성량 자체가 너무 차이가 나서... 일부러 그렇게 부른 거겠지만 으악... 진짜 모른척 하려고 애썼는데 너무 괴로웠다... 비싼 돈 내고 뮤지컬 보고 와서 불호후기 쓸 때 시간 돈 + 티켓팅 취켓팅 하겠다고 애쓴 노력까지 너무 아까워서... 눈물이 나긴 하지만 할 말은 해야겠다 어차피 시간 지나면 추억보정 될테니까... 그냥 중간쯤부터는 제발 케이의 비중이 적길... 노래를 그만 부르길 바랬다... 하 으악 너무 속상하다!!!! 아니!!! 아니ㅠ 검은 고양이 고양아 나비야 이런 것도 뭐 웃기긴 했는데... 씁...
의신이 좋았다!! 캐릭터가 좋았다!! 아예 의학이나 연구에 미친 또라이!!! 해서 새로운 연구거리보면 눈 돌아가서 나 어느 대학의 누구니까 꼭 찾아와!! 그러고ㅠ 야 너 연구해도 돼?!? 고칠 수 이쒀!! 오늘부터 연구하자!! 허락하시는 거면... 오늘부터 시작하시죠...? 하면서...ㅋㅋㅋ 커튼에 떠나려는 거 붙잡을 때 손 안대고 잠시만요 잠시만요! 하는 것도 좋았다. 야생동물에 대한 배려? 문진할 때 이름 안 알려주니까 자기 이름 따서 케이라고 하고ㅠ 케이가 살인자인거 명렬이가 알려줘서 알았으면서도 정황증거 전부 거부하고 (ㅠ 역시 무죄추정원칙에 입각한 국가에 살고 있는 시민 답다) 확실한 증거 나올 때 까지 모른 척 하고... 부모님이 어린시절 콜레라로 죽어서 병을 알고 고치고 싶다는 목표가 있다는 것도 좋았음 서사 이유 확실ㅠㅠ 그래 고칠 수 있는데 팥 뿌리고 그러고 죽으니까 얼마나 화가 났겠어... 그러다가 살인자라는게 확실해지자 의절하려는 것도 좋았고... 그러다 케이 의친놈이 물어서 다 망했지만ㅠ 그 망한 상황에서도 어떻게서든 연구를 계속하고... 생체실험하고... 돌아가기 위해 노력하고...
명렬이가 꾸준히 의신이 믿고 흔들리고 변절하고 이용하고 서사 전부 좋았다... 변해가는 것도 노래로 서사로 잘 풀어냈고ㅠㅠ 서사가 너무 좋았다... 아니 근데 왜 팬레터도 그렇고 일제강점기 서술자는 전부 친일파 매국노임... 하긴 친일을 한 사람들만 살아남아 글을 써서 남길 수 있었다 이건가ㅋㅋㅋ 안경 낀 것도 좋고... 대학로 3인극치고 옷도 많이 갈아입어서 놀랐다...
줄거리 대충 정리해보자면, 의신과 명렬은 일제강점기 의대에 다니는 대학 동기다. 의신은 천재 또라이 형이고, 명렬은 잘나가는 친일파 아버지를 뒀고 의신을 되게 따른다. 의신과 명렬이 의학을 더 잘하기 위해, 하지만 불법적으로 시체를 해부하기 위해 폐가에 갔다가 케이를 만난다. 햇빛에 피부가 타버리는 것을 보고 명렬은 도망가자고 하지만 의신은 제 학교와 이름을 알려주며 찾아오라고 한다. 케이는 정말로 의신을 찾아가고, 밤마다 케이를 정상으로 고치기 위한 둘의 비밀 연구가 시작된다. 연구가 거듭될수록 의신은 놀라운 사실을 알게된다. 그의 피에는 혈액 구성요건으로 꼭 갖춰져야하는 00, 11, 22중에 00이 없고 대신 11에 이상한 변이분자(?) 가 붙어 있다는 것. 그건 상처의 회복도 빠르게 하고, 노화도 죽음도 고칠 수 있다. 대신 흡혈의 욕구를 불러일으킨다는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 명렬은 자신에게 비밀을 갖게되는 의신을 이상하게 여기고, 케이가 학교를 찾아온 후부터 사람이 한 명씩 죽어나간다. 명렬은 밤마다 형을 찾아오는 그 사람의 짓이라고 하지만, 의신은 믿지 않는다. 그러다 조선인 차별로 인해 의신이 가야할 총독부 의원 자리를 빼앗은 마츠모토가 죽고, 의신과 명렬은 달려간다. 거기에 범인에게 휘둘렀을 피묻은 메스가 있고, 명렬은 형사에게 가져다 주자고 하지만 의신은 무시하고 그 메스를 챙긴다. 혈액 검사 결과, 그건 당연히 케이의 피였다. 의신은 더 이상 연구는 없다며 케이에게 꺼지라며 내쫓으려 하지만, 케이는 다 죽어 마땅한 사람들이었다, 제게 손 내밀어준 사람은 너밖에 없다며 케이를 자신과 같은 동족으로 만든다. 케이는 의신의 피를 마시고, 제 피를 의신에게 마시라며 내민다. (이게 나를 마셔라는 킬링 넘버나 대표 넘버쯤 되는데, 볼만 하다!) 결국 의신은 흡혈귀가 된다. 그래서 한동안 버티다 케이를 따라 도망가는데, 이때 의대에는 흉흉한 소문이 돌게 된다. 의신이 얼굴도 창백하고 눈도 빨갛고 짐승을 먹고 잡히지 않은 사건들의 진범마저 의신이라고 의심받게 된다. 의신은 이렇게 살 수 없다며 며칠 만에 돌아오고, 수술을 맡게 되는데 결국 피에 대한 갈증 때문에 환자의 피를 마셔버리고 도망간다. 명렬에게 케이에 대한 연구를 비밀로 해달라는 편지 한 장을 남긴 채로. 명렬은 의신을 배신하고 의신의 방에서 찾은 메스를 보이며 의신이 범인 같다고 말한다. 그렇게 의신은 케이와 함께 어둠 속에서 살게 된다. 케이는 혼자가 아니라 누군가와 함께 한다는 사실만으로 충분한 듯 보이고, 의신은 케이가 구해다주는 짐승의 피를 마시며 어떻게든 인간으로 돌아가기 위해 본인을 향한 생체실험을 계속한다. 그렇게 몇 년이 지난다. (아마?) 명렬은 케이에 대한 의신의 연구를 자신의 이름으로 발표해 큰 명성을 얻으나, 연구의 빈 부분을 메우지 못해 괴로워한다. 아버지의 인정과 군부대의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연구를 어떻게든 채워내야 한다. 그렇게 폐가로 찾아가 의신에게 자신을 찾아오라며 쪽지를 남긴다. 사람이 없는 곳, 짐승의 피, 의신이 말하는 모든 조건을 수용한다. 후원자를 찾았다고, 연구에 필요한 건 뭐든 지원해주겠다며. 케이는 어둠 속에서 우리 둘이 함께 하자며 의신을 붙잡지만, 의신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우리는 모르는 사이 아니였냐고 나는 원래 자리로 되돌아가야한다고 케이를 뿌리치고 간다. 의신은 명렬의 도움을 받아 연구를 하는데, 그간 조수 둘셋을 먹어치운다. 원래대로 돌아갈 수 있는 백신을 발명하고, 동물실험까지 끝냈으나, 정작 본인에게는 들지 않는다. 명렬은 그것을 보고 너는 연구 원료라며, 누구 마음대로 인간으로 돌아가려는 거냐며 의신에게 화를 낸다. 우린 제국에게 이바지 해야하고, 그러려면 군대에 그 혈액은 꼭 필요하다고. 의신은 치명적인 부작용 (흡혈)이 있다며 말리지만 명렬은 무시한다. 의신은 백신이 부족했던 거라며 자기에게 과다하게 주사를 놓고, 케이가 나타난다. 케이는 의신을 막다 주사를 맞고, 명렬은 놓칠 수 없다며 케이를 향해 총을 쏜다. 의신은 그런 케이를 지키기 위해 대신 총을 맞고, 결국 명렬을 문다. 그리고 케이와 의신은 사라진다. 명렬은 샘플로 뽑아놨던 의신의 혈액을 마신다. 의신은 케이와 둘이서 함께 살아가기로 결심하지만, 케이는 의신이 만든 백신을 맞고 인간이 된 채로 명렬이 쏜 총을 맞아 죽는다. 의신은 어떻게든 살리고자 하지만 케이는 웃어달라며, 드디어 죽을 수 있게 된다 한다. 이제 사라지는 거라고. 그래서 배니싱인 듯. 결국 케이와 의신은 사라지고, 흡혈귀가 된 명렬만이 남는다.
전반적으로 극은 괜찮았다 호였고, 뱀파이어나 그런 이야기 나온다는 거 알고 가서 개연성도 괜찮았다. 마지막에 케이가 의신이 남겨놓고 자살한줄 알고 극대노했었지만 불판에서 착한 바발이 일부러 백신 맞은 게 아니라 의신이 말리려다 그렇게 됐다는 거 알고 진정함... 케이는 명렬이가 쏜 총 맞아 죽고, 의신이는 케이와 함께 마지막을 하기 위해 햇빛에 자살하고, 명렬이는 흡혈귀로 살아남는 걸로 결말 이해했는데 맞는지 모르겠 애배 나오는 걸로 한 번만 더 보고 싶은데 자리가 없네ㅎ... 자첫자막이지 싶음... 이미 볼 바발 다 봤고 표도 없겠지만 그래도 처본다 삐삐 다들 녹의신이랑 나라명렬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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