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염소나타 (24.4.6)

감상문/뮤지컬 2024. 4. 6. 22:15

그간 뮤지컬을 안 본 것도 아니고, 후기를 아예 안 쓴 것도 아니고, 그냥 올리지 않았다. 

늦게나마 하나 추가해본다.

 

그 유명한 광염 소나타를 봤다. 혜화, 예스24스테이지 1관, 3시 낮공, 친구와.

캐스팅 : J 현석준 / S 유승현 / K 이현재

 

동명의 소설, 김동인의 광염소나타가 원작이라고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읽고 갔다.

밀리의 서재에서 '다냥 문화 창작소' 출판사 걸로 읽는데, 처음부터 '김동인. 일제강점기 한국의 소설가이며 친일 반민족행위자이다.' 라고 적어놓고 시작해서 놀랐다. 김동인이 친일파라는 걸 몰랐던 건 아닌데, 그냥 작가 소개는 뭐 '배따라기, 감자, 발가락이 닮았다 등의 대표작이 있다.' 이 정도로 해놓지 않나, 싶어서. 

 

원작과 굉장히 많이 다르다는 걸 몰랐다.

그리고 나는 이미 팬레터와 아가사에서 당했었기 때문에, 거의 극이 끝날 때 까지 'S와 J는 동일인 일 것' 하면서 노려 봤다.

거의 올라프가 최종 흑막이라고 믿고 겨울왕국을 본 거나 다름 없다.

혼자 속았다는 게 문제다.

 

아니 그런데 일단... 너무... (할 말 많음)

J가 곡을 못 써서 괴로워하는데 (광염 소나타 한 번 쓰고 나서) S가 전화와서 다시 돌아오라 그랬나 만나자 그랬나 했는데 J가 너한테 돌아가는 일은 없을 거라고 단칼에 거절한다.

이거 완전 다시 범죄를 저질러 음악을 쓰자는 내면의 속삭임 거절한 거 아니냐고...

갖가지 서술 트릭이라고 생각했지 나는...

S (J 본인) 이 자기가 쓴 일기 들이밀면서 너 진짜 이거 몰랐냐고 내가 사람 죽이면서 곡 쓰는 거 몰랐냐고 따지는 줄 알았다

게다가 S가 쓴 광염 소나타를 J가 베낀 거라는 것에서도 확신했고...

아 그치그치; 사람 죽인 내면의 내가 쓴거지 진짜 '내'가 쓴 건 아니니까; 하면서...

계속 끝까지 긴가민가하면서... 두둘이 같은 사람... 맞지...? 하고 의심하면서 봤다

근데 아니었다

 

대놓고 오타쿠...를 노린 극... 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저도 오타쿠긴 한데요

근데

처음부터 끝까지 그냥 절정-절정-절정-절정-절정... 으로 강강강강 주시면... 네...

아무래도 좀 그렇죠...

시작한지 5분도 안돼서 교수가 제자 목에 칼 들이밀고...

제자 손 떨면서 교수한테 벌벌 떨고 악보 내밀고...

교수가 악보 찢고...

뭐 자극적인 장면은 죄다 나왔다

물론 정상인은 그냥 그렇군 하고 볼 수도 있는데...

그냥 외국에서 음식 먹었을 때 어 이거 딱 한국인 입맛인데? 하는 것처럼

극을 봤을 때 어 이거 딱 오타쿠 입맛인데? 할 수밖에 없는 거다...

(당사자성 발언)

베니싱 볼 때 이거랑 비슷한 느낌 났던 거 같다

죽음... 자극적... 남들은 이해할 수 없는 남자 둘의 이상한 관계... 근데 총 셋이 나오니까 둘둘해서 이상한 관계에 엮어먹으려면 나머지 둘도 엮을 수 있는 그런... 

(전지적 오타쿠 시점)

 

아 그리고 원작이랑 너무 다르잖아...

원작을 그대로 베끼라는 건 당연히 아니고 각색도 할 수 있고 그런데

그냥...

자극적인 소재 + 몇몇 대사만 베껴온 거 같았다

전혀 다르게

저기요 우리 K 교수님 그런... 사람 아니거든요

제일 억울한 게 K 교수다

그냥... 몰랐거든요 범죄

다그치지도 않았거든요

곡 빼앗지도 않았거든요ㅠ

그런데 원작 대사 죄 뺏어다가 줘서 조금 억울했다

 

다음은 김동인 광염 소나타 발췌 부분이다. 조금씩 다를 수는 있겠으나 내 기억에 의하면 대충 비슷 할 거다.

"우리는 그 기회를 저주하여야겠습니까 축복하여야겠습니까?"

"(...)그 귀기(鬼氣)가 사람을 엄습하는 힘과 야성 (베토벤 이래로 근대 음악가에서 발견할 수 없던) 그런 보물이라 하여도 좋을 것(...)"

"자네에게는 그러한 교육이 필요가 없어. 마음대로 나오는 대로 하게. 자네같은 사람에게 계통적 훈련이 들어가면 자네의 음악은 기계화해 버리고 말아. 마음대로 온갖 규칙과 규범을 무시하고 가슴에서 터져 나오는 대로......"

"베토벤 이후로는 음악이라 하는 것이 차차 힘이 빠져 가서 꽃이나 계집이나 찬미할 줄 알고 연애나 칭송할 줄 알아서 선이 굵은 것은 볼 수가 없이 되었습니다."

 

이건 있을까 싶어 기대했는데 없어서 아쉬웠다.

"좀 급속도로 시작된 빈곤, 거기 연하여 주림, 꺼져 가는 불꽃과 같은 목숨, 그러한 것을 지나서 한참 연속되는 완서조의 압축된 감정, 갑자기 튀어져 나오는 광포, 거기 연한 쾌미 홍소. 이리하여 주화조로서 탄주는 끝이 났습니다. 더구나 그 속에 나타나있는 압축된 감정이며 주림 또는 맹렬한 불길 등이 사람의 마음에 주는 그 처참함이며 광포성은 나로 하여금 아직 '문명'이라 하는 것의 은택에 목욕하여 보지 못한 야인을 연상케 하였습니다."

 

또... 

교수님이 생각보다... 끌어가는 힘이 없었다...

진짜 약간 빡돌아서 화내고... 눈 돌아가서 완성된 악보 보고 기뻐하고...

그런 광기가 느껴져야 했는데...

묘하게 연기에 힘이... 빠져 보였다...

학생이 단어 시험 100점 받았을 때 학원 선생님이 좋아하는 것만큼 1악장 보고 하하 완벽해^^ 했다...

(내기준)

(내가 처음봐서 실수한 걸지도 내가 무지할 수도 배우의 노선일수도)

(대충 쿠션어 백만개)

뭐랄까 좀... 교수의 압박감에 못이겨 J가 돌아버려야 하는데... 

K랑 J랑 키도 비슷하다보니 뭐랄까 그냥... 압도적으로 무섭다! 가 아니라 아웅다웅한다 이런 느낌...

근데 마지막에 J 바닥으로 집어 던지고 걷어차고 무릎 꿇게 하고 그런 액션 합은 좋았다.

J가 바닥을 잘 나뒹굴더라 굿

 

악보 찢고 자꾸 위로 던지고 아 좀 쓸데없이 종이 좀 그만 날려 할 정도로 난리 부르스 였는데

어디였지 J가 책상 위로 올라가서 종이 흩뿌리는 장면은 처음부터 끝까지 와 할 정도였다

그래 이러니까 오만 뮤지컬에서 자꾸 종이 집어던지지...

 

S 너무너무 잘했는데!! 근데 자꾸 성우... 의 연기와 목소리와 무엇이었다...

K와 J는 무대에서 연기를 하고 있는데 S는 애니메이션 성우... 

하ㅠ 좋았어 좋았는데...

톤이 안맞다 해야하나...

드라마 찍는데 연극 배우 들어온 느낌?

특히 J랑 S랑 둘이 대화할 때 거기서 너무... 어... 어 이래도 되나 나만 이상해? 상태였다

고집센 건 여전하구나 < 이렇게... 애니메이션 전남친이 친 유죄 대사 1위처럼 말할 일인가...

 

J가 S 목 졸라야 하는데 목이 아니라 그냥 가슴에 손대고 있더라

그냥 가슴... 만지시는 거 아닌가요...

친구는 S가 숨 쉬는 게 눈에 너무 보여서 신경쓰였다고 했다

씁 저희가 오타쿠는 맞는데 그런데

 

J도 뭔가 광기에 미쳐서 혼자 날뛰고 고뇌하고 미쳐버린 예술가여야 했는데

약했다

나의 음악!!!!! 

그부분은 좋더라

 

친구가 초연에는 셋 다 노래하면서 피아노 친다고 대박이었다고 지금은 왜 아니냐고 아쉽다고 했다

영원히 지나간 극을 그리워 할 운명...

셋다 피아노 쳤으면 재밌었겠다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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