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오 프라텔로 (두 번째) (20.10.27)

감상문/뮤지컬 2020. 10. 28. 02:46

미오 프라텔로, 자둘, 20.10.27 20:00

 

이승현 / 김순택 / 김이담

 

치치: 플로렌스 부, 히트맨

스티비: 스테파노(신문팔이 소년), 루치아노(치치 부), 라쿼(조직 부하), 미겔레(납치범), 조지(뉴욕행 운전기사)

써니보이: 플로렌스, 리처드(배우), 감비노(다른 조직), 나탈리아(치치 모), 파울로(치치 납치범)

 

금요일에 미오 프라텔로 처음으로 보고 정말 미쳐버리는 줄 알았다. 너무 좋아서. 팬레터 이후에 간간히 소소하게 하나둘 보다가 이렇게 극에 치인 건 또 처음이었다. 보고나서 자리에서 일어나는 순간 치였구나 깨달았다. 힘차게 박수를 치고 (아마 다시 보지 않을) 커튼콜을 안 좋은 시야와 화질로 촬영을 하고나서, 휴대폰으로 후기를 미친 듯 휘갈기며 MD인 손수건을 하나 샀더랬다.

첫 번째 볼 때는 스토리 이해하기에 급급했다면 -지금 어떻게 된거지? 그래, 치치가 친아들. 써니보이가 양아들. 뭐야, 왜 이렇게 일인다역이야. 이거 1편 맞아? 아닌 거 같은데? 아냐 일단 스토리부터 따라가자. 죽어? 아니 살아? 잠시만 쟤가 누군데?- 이제는 속으로 모든 넘버를 따라부를 수 있을 정도로 익숙해져 천천히 배우들의 연기를 관람할 수 있었다.

유튜브에서 몇 년 전에 프레스콜이며 연습실 영상 올라온 걸 죄다 다운 받아 몇 번이나 들었는지 모르겠다. 자동으로 흥얼거리게 될 정도로 미친 듯이 들었다. (진짜 나는 오타쿠질이 너무 싫다. 노란장미를 싫어하는 치치처럼…. 힘들고 괴롭고 난 무조건 현생을 갈아넣는 타입이라서. 자제해야지 하면서도 잘 안된다.) 인터넷에 검색해보니까 가사도 있더라. 그래서 유튜브에서 구할 수 있는 노래는 전부 따라불러봤다. (이렇게 공부를 했으면! 어딜 가도 갔겠다!)

 

당장 봐야겠다! 안 보면 죽는다! 살려달라! -진짜 노래가 머리에 미친 듯이 맴돌았다. 내가 수능 칠 때는 수능금지곡, 뭐 이런 건 없었는데 이런 게 그런 느낌일까?- 해서 캐스팅도 제대로 못 정하고 될 수 있는 가장 빠른 공연이 화요일, 오늘 공연이었다. 주말은 내가 바쁘고 월요일에는 공연을 안 해서. 그래서 피하고 싶던 배우는 있고, 보고 싶던 배우는 없는 공연이었지만…. 그래도 안 보면 죽을 거 같았으니까 만족한다. 당장 살고 봐야지!

이승현 배우는 처음에 팬레터 김수남씨다. 무슨 넘버냐, 넘버세븐할 때 마지막에 혼자 조명 받으며 ‘그리하여 삭막한 이 도시에도’ 할 때부터 뭔가 나랑 안 맞았다. 처음에는 어 서프라이즈걔 (=이수완씨)와 닮았나? 하고 봤다가 음색이나…. 사실 연기는 잘 모르겠다. 그냥 목소리나 노래가 나랑 잘 안 맞았다. 나만 이런 거 같다. 실력이나 이런 문제라기보다 이건 정말 취향의 문제라. (공개적인 인터넷 공간에 과연 이런 불호글을 올리는 것이 맞을까? 일단…. 일단 써본다. 그런데 한 번 보고 싫어!!는 아니고 어쩌다보니 팬레터에서도 두어번, 미오 프라텔로에서도 두어번 만났다. 그정도로 많이 봤는데도 이러는거면 올려도 되지 않을까. 그럼 한 번 본 배우가 불호인 경우에는 올리면 안 되나? 모르겠다. 내가 비판이 아니라 비난을 하고 있는걸까? 아니다. 그냥 음색이 취향에 안 맞다는 거니까.)

어쨌든 이승현 배우님은 취향은 아니었지만 일단 시간대가 맞아서 봤다. 아직 치치는 이승현 배우님밖에 안봐서 이 캐릭터가 그런건지, 배우님의 캐해석이 그런건지 몰라도 치치는 좀 방정 맞더라. 루치아노가 몇 번이나 심약하고 나약하고 어리석다고 한 게 이해가 갈 정도. 그런데 통틀어 넘버 분량은 제일 많았다. (써니보이는 플로렌스, 리차드와, 스티브는 어린시절 스테파노와 분량이 나뉘었다. 동일인물이라 하더라도 목소리가 다르니까 치치 분량이 제일 많은 거 맞음!) 그래도 치치가 절규하는 장면이 두어번 있는데 한 번은 마음에 든다고 생각했다.

 

이건 또 딴소리인데, 영화나 드라마 볼 때는 안 그러는데 뮤지컬 볼때는 유독 냉정한 심판관이 되어서 배우들의 연기와 노래를 평가하게 된다. 이게 생각해보니까 단순히 비싸서가 아니라, 다음 회전 돌 때 이 배우를 보느냐 마느냐의 기로에 서야해서…. 만약 이 배우 노선이 마음에 들었으면 다음에 또 잡아야하고, 아니면 그 배우는 피해야하니까. 이번 공연뿐만 아니라 다음 공연에서도. 그래서 유독 더 도끼눈을 뜨고 보게되는 거 같다. 피곤하다. 그냥 와 좋다! 하고 박수치고 끝나면 좋을텐데. 근데 내가 그렇게 막 단점만 찾아내고 그런건 아니다. 웬만하면 그냥 좋은게 좋은거다, 하는데 그런 내 눈에도 거슬릴 정도인거다, 하고 정신승리나 하고 넘어가련다. 아니면 어떡할건데.

 

어쨌든 김순택 배우님도 이번이 두 번째. 자첫과 써니보이만 바뀌었다. 그냥 괜찮고 무난하게 다 좋았다. 루치아노할 때 굵은 목소리도 좋고, 스티브할 때 목소리도 좋고. 그런데 스테파니인가 스테파노인가 할 때는 너무…. 너무 어리고 귀엽다고 해야하나, 그게 캐해석이겠지만 조금 아쉽다. 쓰다보니 취향이 확실하다. 낮은 목소리로 절규하고 지르는 노래가 내 취향인가보다. 어쨌든 ‘다 보고 다 들은’ 과거의 신문팔이 소년할 때 너무 데헷0.< 하는 이런 연기와 넘버만 빼면 무난하게 다 좋았다.

 

김이담 배우님은…. 너무 아쉬웠다. 으악. 자첫을 정성일 배우님으로 해서 엄마오리같이 각인이라도 된걸까? 캐스팅 일정 다 확인해봤는데 왜 정성일-이승현 페어인지 모를 일이다 너무 속상하다. 내가 약속이 있던 저번 토요일만 아니었어. 어쨌든 내가 기대한 건 엄청난 낮은 저음과 듣기만해도 심장이 떨리는 목소리였는데, 그게 아니었다. 그렇다고 막 못하시거나 그런건 당연히 아니고, 그냥 목소리가 내 취향이 아니었다 정도. 그래도 노란장미 넘버에서 ‘싫어’는 심장 부여 잡았다.

노래를 약간 대사 치듯 하시더라. 노란장미 넘버에서 ‘노란장미 꽃말이 우정이라던데’ 이 부분은 그냥 노래인데 우정, 이라던데. 하고 딱 선 그으면서 우정을 대사치듯 하시더라. 그리고 올리브 이런 거 할 때ㅋㅋㅋ 김순택 배우님은 올리[v] 하는 느낌으로 발음하시던데 김이담 배우님은 그냥 한국어처럼 담백하게 올리브. 그랬다. 유독 미아 파밀리아 뮤지컬은 영어대사가 많아서 그런가, 영어 발음도 들리더라. 피자 만들 때 고추 보면서 이건 넣지 말자. 했는데 오늘 애드립인건지 배우님 애드립인건지 모르겠다. 어젠 아니었던 거 같은데. 아 그리고 소품 피자 너무 성의없는거 아니냐고ㅋㅋㅋ 하나 사주고 싶다. 진짜 무슨 다이소에서나 구할 법한 무성의의 극치 소품ㅠ 볼 때 마다 조금 깬다. 써니보이가 신문보고 플로렌스대신 치치를 선택하는 중요한 장면인데 피자가 너무 시선강탈.

아 그리고 잘 웃으시더라. 그 캐해석 문제인 거 같은데, 치치가 후계자가 될 거라고 할 때도 약간…. ‘싱긋’ 웃는다 해야하나. 그 인터넷 소설 남주처럼? 그게 몇 번 보이니까 약간 내외하게 되더라. 스테파노가 플로렌스 편지 전해주러 왔을 때도 조금 더 나긋하고 상냥하게 웃으면서 누가 보내서 왔어? 하는데 다음에 이 분 다시 보진 않을 거 같다. 이렇게 가리는 게 많아서 어떡하지!? 표 굳고 돈도 굳고 좋지 뭐.

 

아 다 알고 가니까 생각보다 유치한 넘버(?)가 그렇게 많진 않더라. 처음볼 때 쿤만두가 너무 충격적이어서 그랬다. 하지만 여전히 플로렌스 넘버가 너무 많았다. 써니보이 분량 좀 줘라. 넘버 좀 줘라 제발. 나 운다. ‘써니보이는 이렇게 말했어.’ 하고 스티브가 전해주는 경우가 많다. 선택 넘버에서도 써니보이-플로렌스의 대화는 실질적으로 플로렌스를 연기하는 써니보이와 써니보이의 말을 전해주는 스티브의 대화로 이루어지는데 마음 아팠다. 써니보이 목소리로 ‘하지만 치치는 나의 형제.’ ‘내가 없으면 치치는 죽을 수도 있어.’ ‘넌 살아갈 수 있어 넌 강하니까.’ 듣고 싶었다. 미오 프라텔로 넘버에서도 그런다. 거기선 써니보이도 같이 부르긴 하지만. 아니 어쨌든 써니보이 분량이나 넘버나 속마음이나 뭐라도 더 줘야한다. 나 같은 과몰입 오타쿠는 자꾸 상상하게 되잖아.

 

아무것도 아닌 후기인데 자꾸 길어지네. 어쨌든 내일 또 보면 써니보이는 세 명 다 보는거고, 치치와 스티비-헉 스티브가 아니라 스티비였네.- 두 명씩 보는거다. 제발 자셋이 자막이길. 아님 11월이나 12월에 정성일 배우님 써니보이로 -이승현 배우님과 페어 안 겹치길.- 한 번 더 볼 수도 있고. 제발 굿즈 욕심 버리고 싶다. 그러니까 도장 7개 모으면 주는 실황 ost 같은 거. 굿즈 욕심만 안내고 작품만 봐도 오타쿠질 훨씬 괜찮을 거 같은데.

 

두 번 보니까 생각보다 치치는 아버지한테 그렇게 인정받으려고 안달내지 않았던 거 같기도 하다. 왜냐하면 치치 생일에 써니보이가 노란장미를 주고, 그걸 아버지한테 들키고 난 다음에 반응이 너무 덤덤하다. ㅋㅋㅋ야 남자한테 장미가 뭐냐~ 이정도. 쩝. 주말 내내 했던 캐해석이 무너지는 순간.

써니보이는 왜, 9살 때 처음와서 13살 때 까지 치치한테 아무 말 하지 않다가 -치치가 목소리를 들어본 게 처음이라 했으니 집 안에서 아예 말을 안 했을 수도 있다. 아무리 치치가 문학소년이라 감수성이 뛰어나도 ‘3년만에 처음 들어본 써니보이의 목소리’가 시적허용이나 과장은 아니겠지.-, 그 후로도 아무말도 안하다가, 16살 때는 노란장미를 선물로 줬을까. 진짜 과몰입을 안 할 수가 없다. 그리고 ‘꽃밭에 파묻혀 자는’애도 이상한데, ‘꽃밭에 파 묻혀 자는 걸 훔쳐 본’ 애는 또 뭐란 말인가. 치치가 텃세를 부렸을까? 내가 아버지 아들이라며 써니보이를 견제했을까? 그러기엔 처음부터 치치는 써니보이의 파란 눈동자를 마음에 들어했는걸. 진짜 과몰입에 죽기 일보 직전이다. 왜. 대체 왜? 둘이 관계가 뭔데 왜 이러는데. 그래서 둘이 언제부터 말 텄는데. 열여섯에 장미 주면서 처음으로 말 튼 건 아닐거 아냐. 그치? 그 전에 이야기 했지? 부족한 서사 내가 쓰고 싶다 미쳐버리겠다. 책 하나 써줘 제발. 상상의 여지 없이 하나하나 다 압축해제해서 전부 적어줘. 제발.

그리고 플로렌스는 진짜 멘탈 건강하고 부유하게 잘 큰 아가씨같다는 생각을 했다. 아버지는 영국의 모파상이니 돈 걱정 없었을테고. 교회도 가고 친구 생일파티도 가는 걸 봐서 대인관계 완전 원만. 사회적 지위 확고. 저기 마피아 짓이나 하다 온 써니보이가 함께 있는게 유일한 흠일 것이다. 아버지는 다 알면서도 한 여름의 풋사랑이겠거니, 하면서 봐준거겠지. (노트북 생각난다.) 그러니까 써니보이는 일말의 고민없이 바로 치치를 선택할 수 있었을거다. 치치는 자기가 없으면 죽을 수도 있지만, 플로렌스는 자기가 없어야 더 행복할 테니까. 사랑한 건 플로렌스겠지만 결국 선택한 건 치치다. 죽고 싶다 진짜 오타쿠 심장 뛰게 만든다. 치치를 위해 기꺼이 죽겠지만 플로렌스가 행복하길 바라며 죽을 새끼. 써니보이 진짜 어디서 이런 완벽한 남주재질이 튀어나왔지. (전작이자 원작? 미오 프라텔로가 프리퀄이니까 원래 이야기인 미아 파밀리아는 진지하지 않고 병맛 감성이라는 게 믿을 수 없다. dvd 살 뻔 하다 정신 차렸다. 다음에 극 올라오면 한 번 쯤 보지 뭐.)

 

일단 하고 싶은 이야기는 대충 다 한 거 같다. 간만에 치였다. 치이고 싶지 않았는데. 내 연애운. 힝. 아니다 자셋으로 마무리하면 가능성은 있다. 괜찮다.

 

 

-

 

 

일단 마지막 커튼콜ㅋㅋㅋ 셋이 부딛치고 찡기는? 그건 안하던데, 승현치치가 왜 손모양 이렇게 오무리는게 만두냐고ㅋㅋㅋ 장난쳐서 순택스티비가 '대답해주세요 빨리.' 이담써니 몰아가고ㅋㅋㅋ 이담써니 쭈글해서 '이게 뭔가 만두 같...' 하고 있는데 순택스티비가 '안그러면 다음 공연 때 또 한 단 말이야.' 하는데 목소리 녹더라. '이게 왜 만두에요.' 하는데 다 큰 아저씨들이ㅋㅋㅋ 이담써니 주저하면서 대답 못하니까 샤치치한테가서 만두처럼 생겼네~ 하면서 능청... 

 

승현치치가 치치 중에 제일 많았던 거 같은데 나는 불호였음. 샤우팅 하는 게 기복 있다 해야하나? 이 넘버에서는 와 미쳤다; 하고 잘 지르다가 저 넘버에서는 어라? 싶은 게 좀 있었어서. 근데 병원에서 넘버였나 어쨌든 다른 둘이 무대에서 노래 부르고 있는데 의자에 앉아서 어깨 으쓱으쓱 하는 건 귀여웠음ㅋㅋㅋ 치치 캐릭터 자체가 그런거겠지만 전반적으로 조금 방정맞은? 게 있음. 그런데 자꾸 팬레터 수남쌤 생각남. 금방이라도 그리하여 삭막한 이 도시에도 할 거 같음.

 

이담써니... 목소리가 아쉬웠음. 깊고 낮아서 한 마디만 해도 꺅! 하는 그런 건 없었음. 그래도 노란장미에서 '싫어.'는 여전히 설렘. 좀 잘 웃고 상냥하고 나긋나긋하더라. 스테파노가 훔쳐보는 거 보고 '아까부터 거기서 뭐하는거야~?', '누가 시켰어, 염탐하라고~' 하고 되게 나긋나긋했음. 대사 정확하진 않은데 아마 대충 그런 느낌. (근데 이 뒤에 대사 뭔지 모르겠다. 아니에요 전 그냥 ~~ 신문팔이에요?) 아 그리고 플로렌스 할 때 손수건 잘 못꺼내더라 주머니가 너무 깊었나ㅋㅋㅋ 루치아노 죽고 샤치치가 내가 후계자야! 할 때도 생긋 웃는 그런 게 있었음. 노래는 좋았는데 말 할 때 목소리가 조금 아쉬웠던 정도? 치치 납치범들한테 전화할때도 10년? 그 정도면 될거야~ 하는 느낌. 그런데 플로렌스는 쓰릴없이 무난하게 전부 잘 해냈음. 미오 아미코에서는 치치한테 총 조금 겨누다 주고, 미오 프라텔로에서는 스테파노한테 칼 바로 돌려줌. 

 

순택스티브는 스테파노할 때 너무 지나치게 어리고 어설프고 귀여운 아이 흉내내는 느낌? 어쨌든 스테파노 넘버만 나랑 안맞았고 다른 건 전부 좋았음. 유일하게 카라마조프를(맞나?) 읽은 써니보이 캠프의 책읽는 솔져... 

 

뮤 자체는 존나 극극극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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