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아킬레스 (두 번째) (11.20)
1120. 아킬레스. 자둘. 고훈정 서동진 김이후
아 미친 좋다ㅠ 시작할 때 아킬레스 넘버에서 떨리고 설레고 바닥 쿵쾅거리고 몸까지 울리면서 짜릿하고 웅장해짐ㅠㅠㅠ 자첫하고 줄거리 알고 가사 검색하고 공부 좀 하고 가서 훨씬 이해하기 쉬웠고 배우들에 더 집중할 수 있었다
진짜 좋았다!!! 이승현처럼 고음으로 막 내지르는건 아니어서 조금 아쉽긴 했지만ㅠㅠㅠ 그래도 전반적으로 페어합도 잘맞고 노래도 좋고... 오늘 앵콜도 엄청 오래 많이 했다ㅠ 훈킬은 원래 이런줄 알았는데 아니더라... 자첫이 대레전이라니 기분이 좋았다. 이렇게 자막을 해야하는데 사람이 자꾸 욕심이 생긴다 진정하자.
스위트홈에서 아빠는 손떨면서 담배 피다가도 아킬레스 다가가니까 웃고, 엄마는 약 먹다가도 아킬레스 다가가니까 웃고... 처음 볼 때는 몰랐는데 두번째 보니까 알겠더라 확실히 사랑받고 컸다는 걸ㅠㅠ 가족사진 찍을 때도 카메라 어디 두냐로도 싸우고 서로 노려보다가 아킬레스 보니까 얼른 웃음...
테티스와 펠레우스 둘이 사랑한 건 맞는 거 같다. 표현 방식이 잘못돼서 그렇지... 펠레우스는 사랑해서 총을 건넸는데 테티스는 그걸 질색하고, 그러니까 펠레우스는 피아노를 부시고 테티스는 총에 침을 뱉고ㅠㅠ
모든 뮤지컬은 자둘부터. 흔히 연뮤덕들 사이에서 두 번째에 치인다는 자둘매직이 왜 있는지 알겠다. 일단 처음으로 볼 때는 줄거리 허겁지겁 쫓아가며 이해하고 놀라기 바쁘고, 이제 두 번째 볼 때야 가사며 연기나 배우들이 눈에 들어오는 거다. 그러면 안 되는데. 관성의 법칙(비스티 넘버ㅎ...)라는 게 있어서, 이게 한 번 보기가 어렵다. 한 번 보면 아 괜찮은데? 싶은건 이제 한 번 더 보는거다. 그리고 나서 회전 도는 건 너무 쉬운 이야기...
이승현 아킬레스와 고훈정 아킬레스를 봤으니, 이제 본 적 없는 양지원 아킬레스를 (여기서 배우 이름을 찾아보려고 휴대폰을 켰다가 홀린듯 한시간이 사라졌다.) 볼까, 샤우팅이 짜릿한 승현아킬을 한 번 더 볼까, 아니면 훈정아킬도 좋았는데... 하고 고민하게 되는 것이다. 솔직히 5만원이 작은 돈이 아닌데, 두 시간에 오만원이 사라지는 걸 너무 당연하게 여기고 자꾸 회전이 돌고 싶어져서 큰일이다. 그러면서도 대극장이 아니라 대학로에 중소극장 뮤지컬을 좋아해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고. 영화를 두 번 보는 일은 진짜 드문데, (너무 좋아서 한 번 더 보고싶다! 하는 것도 몇 년이나 지난 후에 보게 되는 거 같다. 세 얼간이 제외.) 뮤지컬은 자꾸 홀린듯... 보고싶다. 어떡하지.
고훈정 배우는 대사를 뱉을 때 가끔 와다다? 좀 지나치다 싶게 빠르게 속사포로 뱉어내는 느낌? 그리고 중간중간 정적을 사용하는데 어라 대사 잊었나? 싶을 정도로 길게 끈다. 그리고 승현 아킬을 기대하고 가서 그런가ㅠ 그만한 고음이나 샤우팅은 없던게 좀 아쉬웠다. 아➚➚➚➚ 하고 좀 질러주는 맛이 있어야 하는데...ㅠㅠㅠㅠ 아 그리고 뭔가 군데군데 음이나 이런 게 달랐다. 같은 노래야? 싶을 정도로. 해석의 자유가 큰 대본이나 악보인가?
그런데 그런 부분을 제외하고는 전부 좋았다. 연기라던가, 목소리 하나로 순식간에 다른 사람이 되어버리는 거. 보라색, 보라색, (13살이 되어서) 보라색? 하는 거 다시 생각해도 소름. 아빠가 말한 대사 할 때 '난 고리대금업을 하지 않았어!' 하는 뭐 그런거, 그때도 완전 전혀 다른 목소리. 회상할 때 목소리랑 열 세살 때 목소리랑 아빠 목소리랑 완전 다른 거 반칙 아니냐... 기본적으로 목소리가 낮고 크게? 성악톤은 아닌데. 되게 튼튼하게? 굵게 발성하는...? 그런 느낌. 처음에 아킬레스 넘버에서도 완전 락스피릿... 락스타처럼 꺽고 춤추고 그랬다. 아 어떡하지 자꾸 회전을 돌고 싶다... 배우들의 사소한 디텔을 눈치채고 그들의 노선을 알게되는게 너무 좋다. 미오 프라텔로에서 괜히 전캐 찍어서ㅠㅠ
이후 배우도 좋았다. 저번에 봤을 때 보다 더 좋았다. 이게 시간이 지나서 실력이 좋아진건지, 자둘이라 그렇게 느껴지는건지, 페어합이 잘맞는건지는 모르겠지만. 데이다가 갑자기 광기 들린 것처럼 웃는 건 저번부터 좋았고. 데이다 퇴장할 때 허수아비 왕한테 억지로 들어올려져서 사라지는 것도 진짜 너무 괴로운 표정이라서...
이후 배우 눈빛 연기가 좋았다. 키다리 아저씨에서 유주혜 배우가 생각났다. 뒤에 아무것도 없는 걸 알면서도, 배우가 돌아보는 것만으로 나도 모르게 힐긋 보게 되는. 그런 배우는 진짜 유주혜가 처음이자 (아직까지) 마지막이다. (내가 유주혜 배우로 봤던 거 맞겠지...?) 그림가지고 대화할 때, 아킬레스가 자기 모자 벗으니까 데이다가 바라보고 아킬레스는 시선 툭 떨구고, 하는 일련의 과정이 너무 자연스럽게 벌어져서... 진짜 너무 좋다... 사랑보다 더 사랑한 케이론... 케이론은 테티를 사랑했다. 나의 아픔보다 더, 나의 슬픔보다 더...
서동진 배우도 좋았다. 약간 빙글 돌아버린? 그런 재질이라 해야하나. 아킬 아빠로서 담배피고 손 떨고 총 가지고 웃는 것도 좋았다. 펠레우스... 파라다이스에서 쫓겨날 때 절뚝거리면서 나갈 때도 허리는 꼿꼿하게 펴고ㅠㅠ 허수아비 왕 안무도 좋았다. 퍼킹 트루스에서 웨이터 복장하고 춤을 출 때는 좀 웃기긴 했는데 (어제 나나흰도 그렇고) 아무래도 내가 춤의 치읓자도 몰라서 그렇게 보이는 듯... 달빛 넘버도 진짜 너무 좋았는데ㅠ 내 생각에 산소가 부족해서인 거 같다. 잠깐 꾸벅꾸벅 존... 것 까진 아니고 눈을 감았다 뜨면서 피곤해 함.
훈정 아킬은 자첫이라 애드립인지 뭔지 모르겠지만ㅋㅋㅋ 제가 오늘 생일잡니다. 아니 뭐 초면에. 그냥 서른 즈음 됐습니다. 하는 거 웃겼다. 아니 본체가 서른인가ㅋㅋㅋ 빕빕 넘버 전에 장난감 자동차 고르는 씬에서 실례합니다. 하고 자동차 문 열고 바닥에 굴리고 이후헥토르가 발로 막으니까 난리치고 한 것도 웃겼고. 파트로클라스도 그래서 무릎꿇고 자동차 굴리고 그랬던 거 같은데ㅋㅋㅋ
그리고 아킬레스와 파트로클라스는 서로 사랑... 했다... 키스할 때 느낌... 파트로클라스 짝사랑의 그게 아냐...
분명 고백 넘버에서는 아킬레스가 파트로클라스한테 넌 내가 없으면 살 수 없을걸 날 붙잡고 싶어할걸! 하다 결국 나의 적과 친구들에게 고함 넘버에서 가지말라고 붙잡는 게 아킬레스라는 거....ㅠㅠㅠ...
달빛 넘버도 파트로클라스가 아킬레스 사랑해서 부르는 넘버였다... 너무 좋다...
-
후기나 해석 검색하다 봤던 좋았던 해석
-아킬레스가 엄마를 닮아 심장병이 있었다는 거. (신화에서 신인 어머니 테티시의 불사의 속성을 물려받음, 극에서는 테티스의 심장병을 물려받음. 아킬레스에게 널 낳은 걸 후회한다 말하는 것도 자기 병이 유전되어서 그러는 거.) (m.dcinside.com/board/theaterM/2929356)
-아킬레스 나이 정리해둔 거 (m.dcinside.com/board/theaterM/2932629)
'감상문 > 뮤지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킬레스 (세번째) (11.29) (0) | 2020.12.21 |
---|---|
미오 프라텔로 (아홉번째) (11.29) (0) | 2020.12.21 |
비스티 (11.15) (0) | 2020.11.19 |
아킬레스 (11.10) (0) | 2020.11.19 |
미오 프라텔로 (여덟번째) (11.4) (0) | 2020.11.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