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 코미디

감상문/책 2018. 2. 9. 22:55

[블랙코미디 : 유병재] 18.2.9


 우연히 들린 서점에서 읽은 책. 선 자리에서 전부 봤다. 옆에 앉아서 읽으라고 비치해둔 의자에 앉을 새도 없이. 블랙 코미디라는 장르 특성상 쉽게 쓰인 책은 아니겠지만 그게 무색하리만큼 쉽게 읽었다. 적당히 식은 맛있는 국물을 한 번에 들이키는 것 처럼, 후르륵.


 그렇다고 그냥 그렇게 넘어갈만한, 한 번 읽고 잊을 만한 책은 아니었다. (방금 막 아니었다는 생각이 든다, 에서 생각이 든다를 다 지웠다. 전부 주관적인 내 생각이니까.) 여러번 곱씹어볼만한 부분도 많았고, 다시 생각해볼만한 글도 많았다. 당장 기억은 안나지만.


 그런 류의 이야기가 몇 개 있었다. 뭔갈 비꼰 다음에, 자신 역시 그걸 그대로 하는 것. 예를 들면 '없는 자리에서 사람 뒷담화 하는거 정말 별로지 않아? 걔는 매번 그런다니까. 정말 밥맛이야!' 같이. 이것도 나름 글이라고, 간만에 쓰니까 횡설수설에 제대로 설명도 못하겠다. 그래도 이제 다시 꾸준히 써 볼 생각이다.


 삶의 깊이라던가, 애환이라던가, 그런 어려운 이야기를 못하겠고 할 생각도 없다. 하지만 작가 본인이 '개나 소나 책을 쓴다. 나까지 책을 쓰는걸 보면 말이다.'라고 처음에 말 한 것같은 그런 책은 아니다. 나는 좋았다. 무거운 주제를 툭 내놔 가볍게 읽을 수 있게 해주는 책. 그래서 더 많이 담론이 될지도 모른다. 구구절절 하나하나 설명해놓은 책은 아니지만 그래서 더 와닿은 걸 수도 있다. 적절한 여백. 전달하고자 하는 중심 이야기 근처로 내 경험을 접목시켜 생각하게 만들어 주는 책. 그랬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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