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앤제이 두번째 (3.6)

감상문/연극 2021. 3. 9. 17:18

조은솔 송건희 오정택 송광일

 

건2: 배우 감정이 확 와닿는다 < 이게 사실 무슨 말인지 잘 몰랐었어. 배우들은 무대 위에서 연기를 하는 거고, 나는 돈을 내고 표를 사서 그들의 연기를 보며 빠져들고 깊게 스며들고 감정이입하는 거라고 생각했어. 근데 오늘 건2는 그냥 미쳤다고 밖에는 표현이 안 돼... 당당하고 자신의 사랑에 확신이 있으면서도, 한편으로는 불안해하고 가슴 아파하고 어쩔줄 몰라하는 줄리엣이었음ㅠ 학2는 없고 줄리엣만이 무대에 있었어. 건2도 빠져들어서 눈물 뚝뚝 흘리고 눈물 훔치고 코 훌쩍이는데 나한테 그냥 그 감정을 쏟아부은 느낌ㅠㅠ 그래서 줄리엣의 감정이 엄청 절절하게 와 닿았어. 줄리엣이 멱살잡고 연극을 이끌어갔다고 봐. 자첫 때는 긴가민가했는데 학생들은 금서로 지정됐던 로미오와 줄리엣을 처음으로 읽으면서 연기를 하는 게 맞는 거 같아. 그래서 자기들도 대본을 보고 당황하고, 진짜 이렇게 가는지 놀라고 좌절하고, 그럼에도 꿋꿋하게 로미오와 줄리엣을 연기해. 줄리엣이 덜덜 떨면서 대본 빼앗으려고 하는데 너무 좋더라...


그리고 광4... 뭐함 장난해...? 하... 사실 자첫도 광4 였는데 그때는 그냥 아 유모 뭐임 겁나 얄밉네; 싫다; 아니ㅋㅋㅋ 앙? 뭐 어쩌라고ㅋㅋㅋㅋ 아 짜증나ㅋㅋㅋㅋ 아닠ㅋㅋㅋ 아니 왜? 뭐임? 왜 저래? 하는 분노에 가득 차있었는데... 오늘은... 하... 유모는 줄리엣을 사랑해... 기억 나는 거 딱 두 장면. 첫번째는 반지 전해주러 갔을 때 진짜 너무...ㅠ 유모는 자기 친구 죽인 로미오 싫어 죽겠는데 줄리엣의 부탁이니까 어쩔 수 없이 로미오를 찾아가서 말을 다 전해준 거 잖아. 그것도 로미오에게 있어 희망의 말을. 유모가 나쁜 마음 먹었으면 줄리엣이 너 싫대 죽었으면 좋겠대 < 뭐 이런 식으로 말만 하면 끝인데 곧이 곧대로 반지까지 다 전해주고... 뒤 돌아서 치가 떨려 하는게 너무 잘 느껴져서 좋았어. 로렌스 수사가 티볼트가 죽은게 다행이다 이런식으로 말해서 뛰쳐 나가려 하는데 학2가 붙잡아서 못한거랑, 반지도 안 주려다 학2가 붙잡아서 주고... (이건 어떻게 해석할지 잘 모르겠는데ㅠ 대본대로 연기를 하려다가도 너무 깊게 감정이입해서 딴길로 새려는걸 학2가 붙잡아준걸까?) 두번째는ㅠㅠ 백작님이랑 결혼 하셔야해요 할 때... 진짜 중간에 울컥 감정 차올라서 말을 잇지 못하고 대사 못 잇는 것도 너무 좋았어... 줄리엣을 너무 사랑하니까 당장 줄리엣의 감정에 공감해주는 것보다도 더 멀리 내다본거지ㅠ 어쨌든 오늘 광4 돌았다...

 


택3은... 하... 진짜 분량 제일 요만큼인 머큐소가 제일 취향이었어... 롸코만큼... 2막 처음 시작할 때... 머큐소는 목소리를 깔고 이야기하는데 목소리 너무 대박이었어 진짜 너무 좋았어 목소리만 느끼고 싶어서 2초정도 눈 감고 있었다ㅠ... 머큐소... 갤에서 어떤 스터디글에 머큐소가 로미오를 짝사랑했다! 쿵짝이 맞는다며? < 이거 섹드립이다! 그러던데 ㅋㅋㅋ 그러고 보니 너무 다 맞더라.... 머큐소 너 이자식ㅠ... 하... 아니 근데 진짜 목소리 대박임... 택3 머큐소 목소리 안 들어본 사람 없으면 좋겠다... 귀 잠깐 빌려주고 싶음... 돌려줘...

 


그리고 솔1...ㅎ... 진짜 처음부터 마지막 직전까지 다 안맞았음... 아니... 줄리엣은 이렇게 절절하고 애끓고 죽을 것 같은데 왜 혼자 삐걱대지...? 왜 이렇게 겉으로 대충 연기하는 거 같지...? 심지어 난 연기 홍익이라 웬만하면 연기로 불호 뜬 적이 없어서 진짜 혼자 당황하고 있었음... 아니... 나 진짜 연기 홍익인데...? 왜...? 끝까지 로미오는 별로였어 근데!!! 근데 마지막 학1로 되돌아와서 꿈을!!!! 꿨어!!!!! 하는데 미친 진짜 아... 로미오는 연기를 못하는 컨셉이었나 < 하고 자동으로 합의(?)가 되면서 노선으로 인정이 될 지경... 그만큼 마지막 장면 너무 좋았고 여운 깊게 남았어ㅠㅠㅠ 처음에 악에 받친듯 꿈을 꿨어! 하고 나서는 몇 발자국 비틀거리면서 걸어나가잖아. 그 때 아, 학교는 그만둬도 어떻게든 악착같이 살아남겠구나. 했는데 바닥에 픽 쓰러져 누울 때 얘는 죽겠구나 싶었음... 하룻밤 꿈을 견디지 못하고 거기에 빠져서ㅠ 근데 환상인지 친구들인지 대사를 들으며 다시 일어나는데ㅠㅠㅠ 뭐라고 감격스럽더라. 솔1은 학교를 벗어나서 잘 살 거 같아.  


오늘 노선에 대한 개인적 해석:
다른 학생들은 책을 읽으며 빠져들어 각자 자신과는 전혀 달랐던 그 등장인물이 됐다면, 학1은 그냥 학1로서 대본을 읽은거야. 원래가 사랑에 관심많던, 소네트를 쓰던 학생이니까. 그래서 다른 학생들은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 쏟아냈던만큼 카타르시스를 느껴서 연극이 끝나고 빠져나올 수 있었는데, 학1만 빠져나오지 못한거지. 그래서 로미오 연기도 못한거고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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