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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07.10 두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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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여자
[두여자] 서울 대학로. 17.7.8.토 여섯시 공연.
가족들과 함께 급 나들이가 결정됐다. 나 다음주에 뮤지컬 동완이 보러간다! 는 말에 아빠가 나도 볼래! 해서 뮤지컬 시카고와 뮤지컬 영웅을 예약했으며, 그것도 모자라 급 이태원과 대학로 나들이가 결정됐다. 가족나들이는 언제나 환영이야.
급하게 옷을 입고, 한 차례 폭풍이 지나가고, 차안에서 본격적으로 대학로 연극을 찾아봤다. 아것저것 물망 오른 끝에 결정 된 것은 여섯시 두 여자 공포 연극이다. 예전에 볼까 하다 공포라는 말에 그만 뒀었지. 시간도 맞고, 여름이면 공포지! 하는 여론에 힘입어 곧바로 예약했다.
이것저것 우여곡절끝에 주차하고, 포장마차에서 적당히 배를 채우고, 우산도 사서 제 시간에 입장했다.
평범한 회사원인 남편과 평범한 심장수술 환자인 딸과 함께 살아가고 있는 주명희는, 정신병원에 불을 질러 사람들을 죽인 용의자인 '주명선' 이야기를 듣자 소스라치게 놀란다. 숨겨왔던 쌍둥이 언니였기 때문이다.
주명희에 따르면, 주명선은 25년 -24년 10개월- 전 집에 불을 질러 방에서 자던 엄마와 아빠를 죽이고 정신병원에 감금됐다. 언니는 미쳤고 자신은 두렵다는 이유로 정신병원 퇴원에 동의를 해주지 않았다.
집에 다짜고짜 불쑥 쳐들어오며 고압적이고 강압적인 태도로 대하던 형사는 방화사건의 범인으로 주명희를 의심하고 있다. 주명선은 정신병원에서 화제로 죽었다고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주명선은 살아서 주명희에게 전화를 한다.
그 때부터 주명희는 미쳤다. 한 번은 온 옷에 피를, 한 번은 흙을 잔뜩 묻히고 온다. 알 수 없는 환청과 환영에 시달린다. 무슨일이냐는 남편의 외침에, 언니가 자신과 가족들을 죽이려해서 자신이 언니를 죽이고 산에 묻어버렸다고 한다. 그런데 비가 너무 많이 온다고, 두렵다고. 경찰에 자수하겠다고, 사정을 잘 말하면 이해해줄거라고 한다. 남편은 자신과 딸을 생각해서라도 그러지 말라고 하고.
비가 너무 많이 와서 두렵다는 주명희의 말에 남편은 확인해보러 산으로 가는데, 딸은 무섭다고 엄마랑 둘이 있기 싫다고 한다. 남편은 산으로 달려가보지만 이미 경찰이 잔뜩 와있어서 서둘러 돌아온다. 주명희는 결국 정신이 나가 딸을 죽이려 든다. 마침 남편이 들어와 딸을 구해주며 무슨일이냐 화를 내고 그 때 경찰에게 전화가 온다. 주명희씨 시신이 발견됐다고. 땅에 묻혀있다고.
아니라고 자신이 주명희라고 무슨 말이냐고 하는데 이미 관객들은 아, 저게 주명선 언니구나, 언니가 주명희를 죽이고 자신이 아내인 척 했던 거구나, 하고 생각한다. 속이는 게 가능한가? 십년, 이십년을 넘게 살아왔던 남편과 딸을? 평생 정신병원에만 감금되어있었던 사람이?
주명희는 목을 메고, 전화가 온다. 국과수에 의뢰해본 결과 주명선이라고. 쌍둥이인 만큼 헷갈렸다고 죄송하다고. 그리고 마지막으로 갑자기 팔다리를 앞으로 쭉 뻗으며 꺄악, 사람들을 놀래켰다.
연극만이 할 수 있는 점을 이용해 사람들을 무섭게 했다. 암막을 만들어, 그 사이 통로로 발자국 소리를 크게 낸다던가, 물을 뿌린다던가, 무언가로 사람들을 계속 건들인다던가. 암막 사이에 주명희 혼자 조그마한 후레시를 비치며 뭐야! 장난치지마 누군데! 하고 소리치는데 귀신 분장을 한 사람이 쫓아간다던가. 사실 그 장면은 무서워서 계속 눈을 감고 있었다.
쇼파나 문 뒤에서 갑자기 귀신이 나오기도 하고. 적절히 웃거나 숨을 쉴 타이밍을 관객들에게 제공하기도 했다. 암막 후에 배우들이 제일 앞자리에 앉은 관객 바로 앞에 서서 놀래키기도 하고.
괴기하거나 그로테스크한 분장은 없었지만, 충분히 무서웠다. 샤워하는데 불이 꺼질까봐 두렵기도하고. 은근히 오래간다.